독서감상문

이 책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을 글로 적었다.




너도 목숨걸고 일할 수 있겠냐?

“내가 회사생활을 열아홉에 시작했다. 그 나이 때 생활 시작한 놈 들이 백명이다 치면 지금 남아 있는
사람들은 나혼자뿐이야.!

전무님의 과거 회상이 시작되었다.

이야기속의 배경은 격동의 민주화시대를 막 거쳐 아직 서울올림픽 호돌이가 태어나기 전이다.
말씀을 하시다가 눈을 지그시 감고는 마치 온몸에 기름때를 묻혀가며 열심히 일했던 과거의 모습이
보이는 듯 그 기름때를 씻기 위해 목이 부러져라 심하게 뒤를 꺾으면서 소주를 들이켰다

“나는 어떻게 이곳까지 왔느냐. 잘난 놈 재끼고 , 못난놈 보내고 안경잽이같이 배신하는 새끼들
다 짤랐다. ”
전무님은 마치 <따짜>의 곽철용으로 빙의한 것 같았다. 조금 더 있으면 술상을 뒤엎고 ‘묻고 더블로 가’
라고 외칠 기세로 술과 함께 성공한 자아에 취해 있었다

“역시 전무님 대답하십니다. 존경합니다. 제 인생의 롤모델이십니다. ”

이미 지하철은 끊겼다. 내 영혼은 나에게 ‘먼저 들어가서 죄송합니다 ’라고 인사하고 막차 타고 퇴근한 상태다. 이정도 시간이 되면 이제는 다 포기한 상태로 아무 생각없이 세치 혀가 움직이는 대로 추임새를 넣게 된다.
“너도 나처럼 목숨걸고 일할 수 있겠냐? 내가 너 끌어줄게.”
이미 만취한 전무님의 얼굴은 내 얼굴에 붙을 정도로 가까워져서 전무님의 거친 콧바람이 내 볼에 스치는
것조차 모두 느껴졌다. 전무님도 나처럼 아무 말씀이나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계시는 것 같았다
시간이 너무 늦어 호프집에 남아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감사합니다 , 전무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
난 이렇게 대답하면서도 ‘사무실에서 무슨 목숨을 걸고 일해, 죽으려고 회사 왔나? 먹고살려고 회사왔지’
라고 생각했다.

사실은 날 끌어주고 나발이고 다 필요없고 그냥 집에 가서 씻고 자고 싶었다. 지금 들어가도 세 시간밖에
못 자고 출근할 판국이다
책상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내일 업무도 걱정이 되지만 이 순간 제일 걱정되는 것은 결국 피곤한 내 자신과 집에서 기다릴 내 가족이다. 전무님이든 누구든 회사에서는 그 누구도 내 가족과 내 삶을 책임져주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
책임도 책임이지만 오늘 이렇게 전무님과 술 마시고 내일 당장 지각하거나 제대로 일을 못하면 사람들은
전무님 때문에 늦게 들어간 내 상황을 알면서도 결국 나를 비난할 것도 잘 알고 있다.
아랫사람이 늦게 들어가게 된 이유는 윗사람때문인데 사람들은 치사하게 본인들보다 강한 윗사람은 비난하지 못하고 애꿎게도 아랫사람이 정신 못 차리고 산다며 비난한다.
“난 다른 사람의 소중한 시간을 뺏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내 자랑만 하지는 말아야지.”
술자리가 있을때마다 이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했더니 이제는 회사에서 업무외의 말은 거의 안하게 되었다
나도 생각이 있고 하고 싶은 말도 있는 사람인데 남들이 볼때는 말이 없으니 항상 지쳐보인다.
사실 난 일에 지쳐 있는게 아니라 사람에 지쳐 있는 것인데 사람들은 그냥 시키는 대로 묵묵히 일만 하는 사람인줄 알고 있다. 이쯤 되면 퇴근 시간에 또 다시 전무님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조과장, 요즘 일하느라 힘들지? 소주 한잔 사줄까?”

회사에서 오래 버티는 세가지 비법

첫째, 혼자 모든 감정을 떠안고 힘들어하지 말고 당신도 남들처럼 다른 사람들한테 풀어라.
오래된 맛집의 욕쟁이 할머니가 자신의 스트레스를 남들에게 풀면서 마음의 평온함을 유지하듯이

둘째, 괜히 새로운 일을 하겠다고 들썩이지 말고 당신이 회사에서 하던 일이나 차분이 잘하자
맛집의 메뉴가 별로 없고 , 신메뉴 개발 안하듯이

셋째 자리에 운운하거나 시대를 탓하지 말고 당신도 조용히 한자리를 지키자. 맛집이 있는 곳의 상권이 언젠가 바뀌어서 돌아오듯이
위의 세가지 비법을 마음에 간직하고 조용히 살면 오래된 맛집처럼 회사에서도 오래 버틸 수 있다. 못 믿겠으면 지금 바로 눈을 들어 사무실 저편 파티션 아래에 숨어 지내는 장기근속자들을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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