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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작가 글

맛을 찾아 남도 삼백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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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 찾아 남도 삼백리

 

우리 속담에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다. 먼저 내 배가 불러야 구경도 즐겁다는 말이다. 보통은 매일 먹는 밥과 반찬 그리고 가끔씩 외식을 곁들인다.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서 먹는 음식이 대부분 그렇다. 모든 음식은 위로가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왜냐하면 삶을 지탱하는 근원이니까!

그런데 친구의 갑작스런 질문에 나를 위로했던 음식이라 하니 갑자기 생각이 잘 안 떠올랐다

나를 위로했던 음식은 살기 위해서 먹었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 년에 몇 번은 나를 위해서 내 삶을 더 즐겁게 하기 위해서 맛 집을 찾았던 것 같다. 그로 인해서 무한한 행복을 느꼈다.

어떻게 보면 행복이라는 것도 별것 아니다. 이렇게 맛있는 것 먹고 아이들과 함께 놀러 다니고 그게 행복이다. 요즘 말로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다.

나는 특히 전라도에 주로 갔다. 맑은 하늘과 산도 나지막하고 논과 밭 사이로 벼와 보리가 자라고 채소를 키우는 농부들 얼굴이 한없이 맑고 고왔다. 그 얼굴들을 보면서 그들이 만든 음식들을 먹으면서 삶의 위로를 느꼈다.

사람이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빼면 무슨 삶의 의미가 있을까? 맛있는 음식 먹고 배부르면 행복하다. 고복격양(鼓腹擊壤) 태평성대를 노래하고 싶을 정도로 행복하다.

먹는게 즐겁고 위로가 되고 삶의 즐거움이 된다.

여행가서 맛있는 것 먹고 즐겁게 놀았던 곳 중에도 지금도 여전히 일 년에 한두 번씩 가는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전라도 담양 고서면에 있는 암뽕순대와 곱창전골 그리고 순천에 별량면사무소 옆에 있는 욕쟁이할머니가 만들어주신 쭈꾸미볶음이 나에게는 행복을 주는 음식이다.

오래전에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이곳은 광주에 가던 중 도중에 배가 많이 고팠다. 그래서 물어보지도 않고 근처에 식당을 찾았는데 나는 모르는 데 가면 보통은 식당 안을 보는 습관이 있다. 사람이 많으면 그 집은 음식이 괜찮은 집이라고 나름대로 내 기준이다. 마침 그곳은 담양 고서면에 있는 암뽕순대와 전골을 하는 집이었다. 손님도 꽤 많았다.

담양은 아주 유서 깊은 곳이 많다. 대나무밭으로 만든 죽녹원은 기본이고 메타쉐콰이어 거리, 송강 정철선생이 유배 와서 쉰 정자가 있다. 그곳을 식영정이라 한다. 그분은 이곳에서 가사문학의 백미 사미인곡, 속미인곡을 지었다. 오늘날 교과서에도 나온다. 그 식당과 아주 가깝다. 그곳에 가서 정자쉼터에 앉아서 노송의 바람소리도 듣고 너른 평야도 바라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담양은 대나무의 고장이다. 음식도 대나무를 재료로 하는 것이 많다. 죽순으로 나물 요리도 하고 대통밥도 있고 한우떡갈비도 있다. 그중에서 암뽕순대와 전골을 특히 더 좋아한다.

곱창전골은 죽순을 넣고 좋은 공기와 깨끗한 물 곱창을 넣어 푹 끓인다. 여기에 들깨가루와 미나리, 시금치, 당면사리와 대파를 넣어서 푹 끓이면 얼큰한 맛이 기가 막힌다. 입안으로 들어가면 스르르 녹아들어간다. 맛이 천국이다.

또 한 가지는 암뽕순대다 나는 순대를 좋아한다. 그런데 처음 이 암뽕순대를 접했을 때 전혀 생소하고 의외였다

보통 우리가 먹는 순대는 당면과 선지를 넣은 순대다. 그런데 암뽕순대는 내가 알고 있는 순대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만드는 것 부터 달랐다. 깨끗하게 씻은 돼지막창에 야채와 찹쌀, 선지로 양념을 넣어 봉한 뒤에 쪄내면 맛있는 암뽕순대가 된다. 맛도 색다르다. 시중에 파는 순대와는 비교가 안 된다. 선지국은 국물이 맑다. 내가 살고 있는 부산은 선지국이 붉다. 처음 봤을 때 신기해서 한참을 봤다

욕쟁이 할머니의 쭈꾸미볶음은 순천의 별미다. 일단 무쇠솥 뚜껑으로 뜨겁게 달군다. 찌직찌직 하면 쭈꾸미를 넣는다. 살짝 데친 달큰한 대파와 시금치와 고추장과 고춧가루로 버무린 쭈꾸미를 먹고 나서 밥을 넣어서 볶는다. 참기름과 김가루도 넣는다. 맵싹한 맛과 콩나물도 맛있다. 맛을 중화시킨다

쭈꾸미는 순천의 갯벌에서 잡았다고 한다. 이곳에 오면 배가 많이 고프다. 일단 나오면 게눈 감추듯 다 먹어버린다.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면 전라도 담양에 가서 암뽕순대와 곱창전골을 먹고 순천에 가서 욕쟁이할머니에게 쭈꾸미볶음도 먹고 욕도 얻어 마시면서 하루 즐겁게 보낼 것이다.

이글을 쓰는 순간 그곳에 너무 가고 싶다. 코로나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어느덧 행복은 내 맘속 가장자리에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