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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작가 글

네가 무엇을 하든, 누가 뭐라 하든, 네가 옳다. (독서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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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무엇을 하든, 누가 뭐라 하든, 네가 옳다.

황정미 지음.

 

   어릴 때 추억이 별로 없다. 아프고 쓰라렸다. 그러나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더 큰 배움을 얻었다. 그리고 사랑하고 사랑받는 법을 배웠다. 처음에는 서툴렀다. 순수한 영혼들이 안아주는 포옹이 그렇게 어색했다. 시간이 흐르니 제자들의 사랑 법을 거울처럼 흡수하고 연극 분장 없이도 사랑한다고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고개를 숙여야만 제대로 걸을 수 있는 보잘것없는 장애인으로 살아왔다. 한쪽 다리가 조금 짧은 이유로 조금 기다린 마음을 가진 그녀는 아이들의 아픔을 들어주고 치유해주는 일을 30년 동안 이어왔다.

몸이 아픈 사람은 의술의 힘으로 나을 수 있지만 마음이 아픈 사람은 한자리에서 같은 마음으로 꾸준히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는 작가는 아이들과 24시간 동고동락하는 선생님으로서 작지만 커다란 공동체를 운영해왔다

영어교육을 전공, 수많은 아이들에게 선생님을 넘어 엄마로서 함께 했다. 덕분에 Mom T(맘티)라고 불리며 아이들의 성적향상은 물론, 상담자로서 멘토로서 아이들이 무엇을 하든, 누가 뭐라 하든, 나는 네가 옳다라는 사랑과 믿음을 주는 존재로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

작가는 마지막에 말한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에서처럼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간 덕분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그 길이 나를 살리는 길이었다고 단언한다.

장애인이 운영하는 공부방, 아이들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공부방, 새벽까지 불이 켜 있는 이상한 공부방, 밥을 주는 공부방, 심지어 잠을 재워주는 공부방, 이웃의 평가였다.

처음부터 밥을 주면서 가르친 것은 아니었다. 공부하다가 들리는 꼬르륵 소리에 밥 먹이고 갈 데 없어서 방황하는 모습 지켜보기 힘들어 방 많다 자고 가라그랬다.

아이들 앉혀놓고 저녁 먹을 때 식탁의 음식으로 시선이 향해 있는 아이들, 눈치 빠른 내가 수업, 뒤로 미루고 밥부터 먹자챙겨주었던 것이 시작이었다.

오랜 세월동안 한 가지 일을 하다 보니 전문가가 되었다. 전공했던 영어뿐만 아니라 국어 논술 자격증,, 한국사 자격증을 따면서 아이들에게 질 높은 수업을 해주기 위해 노력했다. 국어 수업은 그 노력이 가장 잘 드러나는 수업이었다. 그래서 글을 쓰고 책으로 까지 만들었다. 나의 추가적인 즐거움이다.

맨 처음 아인이란 아이를 만나면서 6년 동안 그의 말을 말없이 들어주고 이해하고 케렌시아(안식처)가 되어준다. 이것이 나의 첫 시작이었다.

마침내 그 아인이가 대학생이 되었다. 볼이 통통하고 귀여웠던 중학교 1학년,1학년, 막막했던 그때를 떠올리면 이렇게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그냥 들어주는 단 한 사람이 되어주는 것, 그냥 천천히 얼굴을 봐주고예쁘다, 예쁘다관심 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아이는 숙녀로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는 종종 자기 불안을 아이에게 투사하고, 자신이 풀지 못한 인생의 숙제를 아이가 반드시 풀어주길 바란다고, 그래서 아이에게 자신이 지고 있던 무거운 마음의 짐을 의도치 않게 넘겨준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조건 없는 사람처럼 보이는 부모의 사랑이 폭력이 될 수 도 있다

내 자식이니까 다 안다는 말이 공명처럼 귓가에 둥둥 떠다니던 날, 나도 아들을 이렇게 키웠구나, 자괴감에 빠진다

 

이 글에서 작가의 엄마가 나온다. 엄마가 음식 솜씨가 아주 좋다고 했다. 식당을 운영하다가 나이가 들어 더 이상 못하고 아들에게 넘겨주고 딸에게 가서 밥을 해준다.

내 아니면 누가 너를 돌보랴. 장애인 엄마의 업보일까 처음에 어머니는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너를 돌본다고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알 수 있다. 딸을 통해서 함께 구원받는다, 초극하는 것이다. 딸을 챙기면서 아이들에게 10첩 반상을 해주면서 맛있는 밥을 해주면서 이 고단한 삶을 구원받아가는 것이다.

누가 누구를 구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나를 구원하고 더불어 너를 구원하고 모두가 구원받는다. 내가 하는 일을 통해서 그런 방법이 있다. 작가는 과외를 하면서 그런 방법을 발견한 것이다. 누구든 그런 방법이 있다.

독자들도 그 방법을 찾아보시기 바란다. 예를 들어 글, 음식, 나무를 심는 것, 꽃꽂이, 그림 등을 통해서 구원을 받을 수 있다.

 

나는 문학이다. 글이 나를 구원하고 또 남을 구원할 수 있겠다는

작은 자신감이 생긴다.

그 길에 나는 온 마음을 다해서 매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