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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그대에게 - 짬짜미 독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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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짬짜미 독시(詩)

도서명 시를 잊은 그대에게(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강의)
지은이 정재찬 출판사 ㈜ 휴머니스트


‘한편의 공연 예술을 보는 듯한 강의를 한 정재찬 교수는 황홀했고 또 정말 가슴 설랬다.
‘매수업마다 눈물이 고일 정도로 감동을 받았고 소름끼칠 정도로 감탄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항상 즐거워했다.
중.고등학교 교과서를 수차례 집필하고 미래의 국어교사 들을 가르쳐온 작가의 수업방식은 특별하다
흘러간 유행가와 가곡, 오래된 그림과 사진, 추억의 영화나 광고등을 넘나들며 시이야기를 펼쳐나가는
모습이 마치 한편의 콘서트를 보는 것 같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은 말합니다. 의술, 법률, 사업, 기술, 이 모두 고귀한 일이고
생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것이지만 , 시, 아름다움, 낭만, 사랑, 이런 것이야 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라고 , 듣기엔 꽤 멋진 말이지만 아등바등 살아도 모자란 판에 말이 그렇다는 거지 하면서
잊고 지낸다.



가난한 갈대의 사랑노래

내 어릴적 아버지가 거나하게 취해 집으로 돌아오시면 즐겨 부르신 대중가요 가운데
가수 박일남이 부른 <갈대의 순정>이란 노래가 있다.
어른이 되어서 이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 사나이 우는 마음을 그 누가 아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순정
사랑에 약한 것이 사나이 마음
울지를 마라
아 – 갈대의 순정
말없이 보낸 여인이 눈물을 아랴
가슴을 파고드는 갈대순정
못 잊어 우는 것은 사나이 마음
울지를 마라
아 – 갈대의 순정 “
박일남작사, 오민우 작곡 <갈대의 순정>





-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상우(유지태)가 은수(이영애)에게 한 말이다.
남자는 남고 여자는 떠나가는 그런 영화, 헌데 이 영화는 봄날처럼 묘하기만 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홀로
남게 된 상우는 강진의 보리밭을 찾아간다. 뒤로는 바다 풍경이 펼쳐지고 낮게 깔린 보리는 바람에 흔들려
넘실대는데 그는 그 한가운데 서서 명상하듯 눈을 감은 채 헤드폰을 쓰고 소리를 담는다. 이윽고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과연 그 소리를 들은 걸까? 바람에 흔들리는 보리 소리, 보리를 서걱대게 하는 바람소리,
그것을 통해 그가 들은 것은 무엇이었기에 그토록 진지하던 그를 그토록 미소짓게 만들것일까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오를때까지, 아니 영화를 보고 돌아와서도 한참 동안을 영화 속 보리밭을 갈대밭으로 나는
기억하며 지냈다. 왜 그랬을까? 왜 나는 그것을 갈대라고 갈대여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신경림<갈대>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데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대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갈대가 운다. 그것도 소리 내서가 아니라 나직이 흐느껴 운다
흐느껴 울어 본 사람은 누구나 다 알겠지만 흐느껴 울다보면
정말이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몸이 흔들린다. 차라리 통곡을
하면 당장은 몹시 흔들려도 곧 평온이 찾아오련만 흐느낌은
그런 종류와는 거리가 멀다

갈대의 울음은 어느 날 찾아오는 폭풍같은 통곡이 아니라 벌판에 나부끼는
바람처럼 흐느낌의 형태로 지속된다. 이때 ‘조용한 울음’은 남이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조용한 정도가 아니라 때로는 너무 조용해서 자기 자신도 자기가 울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조용한 울음이다.
실제로 우리는 삶이 비애라는 사실을 자주 잊고 산다. 그러나 ‘어느날’이 찾아오면
비로소 고요한 침잠과 성찰의 시간이 오면 그때야 깨닫게 된다.

산다는 것은 슬픈 것이다. 힘든 것이다. 허무한 것이다.
시인의 통찰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곧 인간의 유약함과 비애는 저 ‘바람’과 같은
시련 때문이 아니고 , ‘달빛’처럼 하늘 높이 밝은 그 무엇을 지향하다가 얻게 되는 것도 아니라고,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것도, ‘달빛’을 좇아 흔들리는 것도 아니요, 외적인 것과는 무고나하게 오로지
내면의 슬픔으로 인해 온몸이 흔들릴 따름 이라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이쯤 되면 제 울음에 겨워 제가 다시 우는 꼴이니 그것은 숙명적이고 너무나 근원적인것이어서 우리는
도무지 슬픔으로부터 벗어날 길이 없는 셈이 된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요정 시링크스 가 자신을 사랑한 목신 , 그러나 흉측한 모습의 반인반수 신인 판에 쫒기다 갈대로 변신하는 장면이 나온다. 결국 판은 이 갈대를 꺽어 피리를 만들어 불며 시링크스를 그리워하지 않았던가
인간은 모순적인 존재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인간은 도대체가 나약하기 짝이 없는 갈대지만 , 그와 동시에 생각하는 갈대인 탓이다. 그래서 인간은 위대하고 동시에 비참하며 그 역도 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신경림의 <갈대>를 읽고 가슴 한편이 퀭해지는 것도 인간적인 진실이다. 그 비애를 넉넉히 받아들이며 관조하게 되는 것 역시 인간다운 모습일 것이다
신경림은 <갈대>라는 시로 등단한 이후 10여년 절필하고 살았다. 그 오랜 침묵 끝, 그는 처녀시집 <농무>를 발표하면서 농민과 민중이 애환, 가난하고 억압받는 자의 삶을 사실적이면서도 서정적으로 그려내는
독자적인 시세계를 펼쳐나갔다.

“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빠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내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 신경림 <가난한 사랑의 노래 –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이 시는 이념성에만 과도하게 기우는 경향이 있던 당대의 민중시와는 확연히 차별되는 시였다. 목소리만
높다고 힘 있는 시가 아니다. 이 시는 현실에 대응할 때 서정성이 어떻게 힘을 발휘할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 명시였다.

목련을 옹호하고 싶은 사람들은 다음 시를 보라



오랜 병상의 세월의 세월을 보내는 노인이 있다면 존중하라. 그 모습이 결코 추하다 하지 마라.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힘겹게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사랑과 결별을 준비하는 시간을 주기 위해 힘겹게 버티고 있는 것이다. 헤어짐은 헤어짐다워야 한다. 오랜 사랑의 무게는 시간의 절약을 미덕으로 삼지 않는다. 안녕이라는 인사는 기능적이지만, 인사에 인사를 거듭하고 나서도 적어도 동네 어구까지 나가서 떠나는
이의 꼭지가 보이지 않을때까지 손 흔드는 것이야말로 인간에 대한 참된 예의다.



목련후기 – 복효근시인
목련꽃 지는 모습 지저분하다고 말하지 마라
순백의 눈도 녹으면 질척거리는 것을
지는 모습까지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그대를 향한 사랑의 끝이
피는 꽃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아무래도 그렇게는 돌아서지 못하겠다
구름에 달처럼은 가지말라 청춘이여
돌아보라 사람아
없었으면 더욱 좋았을 기억의 비늘들이
타다 남은 편지처럼 날린대서
미친 사랑의 증거가 저리 남았대서
두려운가
사랑했으므로
사랑해버렸으므로
그대를 향해 뿜었던 분수 같은 열정이
피딱지처럼 엉켜서
상처로 기억되는 그런 사랑일지라도
낫지 않고 싶어라
이대로 한 열흘만이라도 더 앓고 싶어라

안도현 이 “연탄재 발로 차지 마라 /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며 <너에게 묻는다>에서 하잘 것 없어 뵈는 연탄재를 옹호했던 것처럼 , 복효근은 추해뵈는 목련의 낙화를 변호하며 사랑과 작별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쿨하게 헤어지자고 ? 상처 따윈남기지 말자고 ? 그래서 밥만 잘먹더라고 ?
아니다. 이 시인은 제대로 앓기를 원한다. 금세 아무는 상처는 사랑이 아니었음을 반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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