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와 까마귀의 딜레마- 2007년3월한겨레시사주간지 내용인용
컬럼니스트 임경선의 무면허 인간해부
옛날 옛적에 야망이 넘치는 한 남자가 있었다.
자신의 명석한 두뇌와 동물적 감각을 믿고 사업을 시작한 그는
맨 먼저 일 잘하는 후배들을 많이 거느린 한 사람을 설득해 조직을 구성했다.
반듯하고 평범하게 자란 그 사람은 야성미 넘치고 통이 큰 이 남자에게 단박에 매료되었던 것이다.
회사가 모양새를 갖추며 굴러가게 되자 이번에는 그 업계에서 외로이 떠돌던 브레인을 물색해 서
자기 사람으로 만들었다.
당신의 잘난 아이디어가 이 우수인력을 통해 구현되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를 설명하면 되었다.
안정된 조직과 기술적 우위를 쟁취하자 이어서는 사업 확장을 위해 돈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큰손’들을 유인해올 수 있는 금융전문가를 포섭했다. 돈이 휜히 보이는데 배에 안 타겠냐.
이 남자는 누가 자기에게 필요한지를, 그들을 어떻게 ‘내사람’으로 만드는지를 본능적으로 꿰뚫었다.
그의 속삭임은 악마처럼 달콤했지만 그렇다고 파렴치하게 입만 나불댄 것은 아니다.
상대가 유일하게 못 가진 것을 주었다. 편리하게도 그것들을 이미 그에게 포섭된 사람들이 제공했었다. ‘인력’을 가진 이에게는 ‘돈’을 약속하고,‘브레인’을 가진 이에게는 ‘지위’를 약속하고, ‘돈’을 가진 이에게는 그 이전의 인덕 많고 똑똑한 선수들을 같이 비웃을 수 있는 ‘재미’를 약속했다.
그리고 수차례 더 절묘한 맞교환이 있은 다음, 마침내 절정에 가서는 그 ‘오른팔’들을 다 잘라내고 혼자 모든 것을 차지했다. 그 뒤로도 그는 혼자 잘 먹고 잘 산다고 한다. 100년치 욕을 얻어 먹었으니 장수도 맡아놨다.
지독하다고?
나는 차라리 이런 남자보단 낫다고 생각한다. 위의 남자가 독사라면 이 남자는 까마귀 같은 남자,
자기 실력 믿고 까불었다가 된서리 맞아 찌그러져 있는 유능한 먹이들을 알아보는 비상한 재주를 지녔다.
‘인간적으로’ 다가가서 ‘자 어서 이리로’라며 마음의 긴급대피소가 되어주고 등을 토닥거리며 술 한잔 따라준다.
얻어 마시는 자는 한번 독하게 덴 뒤라 많이 예민해져 있는 상태지만 이 남자 정도면 뒤통수 칠정도로 머리 좋아 보이진 않는다며 점차 마음을 놓고 호형호제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본래의 유능함과 더불어 자존심을 회복하기 시작하면 까마귀 같은 이 남자,
드디어 가면을 벗고 본전 찾기에 돌입한다. ‘인간적’친분을 휘두르며 찰거머리처럼 유능한 젊은이들에게 무임승차하려 든다.
그런데 그들은 더 이상 예전의 울보들이 아니기에 “내가 너 힘들었을때 말야...”거들먹거리며 초라했던
패배의 기억을 굳이 상기시켜주는 이 까마귀가 어느새 역겹다.
네 놈이 실질적으로 해준 게 뭐냐고 심지어 항의할 기세다.
게다가 알고 보니 머리가 나빠 뒤통수를 ‘안’치는 것이 아니라 ‘못’
치는 것에 불과하고 그 대신 집요하게 고리대금업자 귀신처럼
등 뒤에 붙어서 목을 조르는 방법론을 택하는 이 끈끈이 남자!
성가시지만 ‘인간적인’ 빚을 졌고 뒤끝도 있어 보이니 더 미칠 지경이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 욕해도 하는 수 없다. 아니 , ‘인간적으로’ 너무 후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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