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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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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고미석]성공이란2007918일 동아일보

 

 

고교 시절 학습장애란 진단을 받았다. 힘겹게 대학에 들어갔다. 낙제를 거듭하고 두 번 학교를 옮긴 끝에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물세 살에 결혼해 귀여운 두 딸을 얻었다. 정신의학 전문가로 탄탄한 경력을 쌓아 갔다. 일과 삶에서 성공의 길을 달리던 그는 서른세 살에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됐다. 이어 우울증과 아내의 이혼 요구, 사랑하던 가족의 죽음을 겪었다. 그러나 주저앉지 않았다. 그는 좌절과 시련 속에서 길어 올린 삶의 지혜를 세상과 나누며 살고 있다.

 

대니얼 고틀립. 휠체어에 앉아 환자를 보는 미국의 심리학자. 그는 유일한 손자 샘이 태어나자 고통의 시간에 대한 보상인 듯 기뻐했다. 샘은 두 살 때 자폐증 진단을 받았다. 어려선 아빠를 돌봐 준 딸이 평생 장애 아들을 보살피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그는 눈물을 흘렸다. 손자를 위해, 자폐가 아니라도 각자 앞에 닥친 역경 속에서 분투하는 세상 모든 을 생각하며 사람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샘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책을 읽으며 운명을 짊어지는 용기를 갖는 자만이 영웅이란 말이 떠올랐다. 대니얼은 운명을 불평 없이 받아들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어떤 악조건에서도 살아가야 하는 이유, 성공의 진정한 의미를 몸으로 보여 주었다.

 

한 미술관 큐레이터의 학력 위조 논란으로 시작된 파문을 보면서 성공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 본다. 줄줄이 이어지는 학력 위조,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또다시 끌어대는 거짓말이야말로 자신의 실제 모습이 아니라 치장한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시작된 일이다. 저마다 뭐라 포장해도 결국 성공을 향한 이 사회의 강박과 욕망의 크기를 보여 줄 뿐이다.

 

하지만 대니얼의 편지를 읽으며 성공이란 꼭 돈을 벌고 이름을 드날리는 일만은 아님을 깨닫는다. 내가 아닌, 타인의 삶을 더 낫게 만들어 주는 일이야말로 인생에서 추구할 만한 성공의 의미라는 사실을 말이다.

 

내가 하는 일이 세상을 바꾸는 일이 아니더라도, 내가 누군가와 친밀한 시간을 보내며 그 사람의 이야기에 누구보다 더 귀 기울여 들어 주었을 때, 그로 인해 어떤 사람이 이전과 다르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면, 그 하루는 의미 있는 하루다.’

 

이런 하루가 모여 성공적인 인생이 되는 것이 맞는다면, 학위 없이도 누구나 도전해 볼 만한 일 아닌가. 책 속에선 항상 자기 내면과 싸우며 허덕이는 사람들에 대해 설명한다. ‘내 본모습을 들키는 것에 대한 두려움, 존재감을 상실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자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을 인정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주위의 기대를 버리고 본래의 자기답게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 사람들은 이런 두려움과 싸운다.

 

실제 내가 누구인가보다 남의 눈에 어떻게 비치는가에 정신이 팔린 이 화장발투성이의 대리 인간, 대리 인생의 시대에 되새겨 보는 구절이다. 전신마비의 노심리학자는 내가 추구하는 것은 내 인생을 제대로 잘 살아왔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웃 공동체 가족과 함께 더불어 살면서 사랑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모든 걸 가졌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 모든 걸 가졌다고 말할 수 있는가. 성공은 처음부터 저 멀리가 아닌, 바로 우리 곁에 있었다. 우리가 할 일은 다만, 손을 뻗쳐 잡는 것일 뿐인데. 그렇다면 지금 이대로 우리는 성공할 수 있다.

 

고미석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