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급식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며
- 부산은행 사보 6월호
내가 「아름다운 사람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부산은행 덕분이다.
부산은행직원들은 매달 소년소녀가장 돕기 행사를 한다.
또한 매월 받는 월급에서 천 원 미만의 낙전을 모아 매주 금요일마다 「아름다운 사람들」
이 운영하는 어린이대공원의 무료급식소에서 70세 이상 어르신들께 점심 대접을 한다.
직원가족들이 음식을 장만하고 배식에서 정리까지 한다.
고객에게 받은 사랑을 고객에게 도로 돌려주는 셈이다. 그러고 보면 세상엔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일도 주기만 하는 일도 없는 것 같다.
설거지를 하다보면 참으로 마음 아픈 일들과 마주친다.
“남는 밥 있으면 조금만 줄 수 있어요? 우리 영감님이 아파서 집에 누워 있거든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가 검은 비닐봉지를 내민다.
나는 눈치를 살피며 왕언니에게 남은 밥이 있느냐고 묻는다.
마음 약한 왕언니는 급식소의 책임을 맡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눈치를 살피며 밥솥을
연다. 들켰다 가는 호되게 야단을 맞기 때문이다.
급식소에는 규칙이 있고 질서가 있다. 아무리 급해도 줄을 서서 차례가 와야 배식을 받을 수 있고 정해진 시간 안에 와서 줄을 서야 하고 급식소에서 먹는 것 외에는 가져갈 수가
없다. 그렇지 않으면 몇 백 명이나 되는 어른들을 통제할 수가 없다.
만약에 남은 음식을 담아주는 걸 다른 분들이 보면 모두들 봉지를 구해와서 서로 담아
달라고 봉지를 내민다. 결국엔 책임을 맡은 할아버지가 고함을 질러야만 된다. 마음이
약해 음식을 담아 주었다가는 마음만 상해서 끝이 나야 한다. 그래서 아무리 마음이 아파도 꾹 참아야 한다. 담아 달라는 대로 다 드리지 못해 마음 아프다.
그런 날은 밥 한 알의 소중함이 가슴 깊이 박힌다.
급식을 마친 어르신들은 설거지하는 장소까지 그릇을 가지고 오신다.
그것 또한 규칙이다.
“우리처럼 쓰잘데 없는 늙은이들 때문에 애쓰네요,
고맙고 또 고맙네요“ 그런 말은 가급적 못 들은 척 넘겨버리고 화제를 돌린다.
왜냐하면 애쓴 것도 없고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만한 일을 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사람들」들이 장소를 제공했고 「부산은행」에서 음식을 마련해 주어 나는 아주
작은 시간을 할애했을 뿐이다.
나는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으려고 이일을 한다. 이일마저 하지 않는다면 나는 내
자신에게 너무 부끄러울 것 같다.
사람들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을 위해 몸의 일부를 주기도 하고, 가진
것을 아낌없이 주기도 한다.
가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는 독지가의 이야기를 들을 때나, 생면부지의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 이야기를 들을 때에 덜 부끄러울 수 있어 좋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 나는 이 일을 하므로 해서 도대체 무얼 하며 살았는가라는 자문을
받을 때에 변명거리를 제공받는다. 조금, 아주 조금이라도 나누며 살았노라는
변명을 하고 나면 가슴이 그리 무겁지 만은 않다.
오래전부터 나는 한 달에 두 번씩 내가 사는 아파트의 모든 엘리베이터에 좋은 글을 복사
해서 붙이고 있다. 마음을 나누는 셈이다. 누군가 그 글을 읽고 마음이 따뜻해진다면 참으로 기쁜 일이다.
배식 담당자들이 급식소를 비질하고 밀대로 닦는다. 어느새 해는 하늘 중간까지 와 있다.
우리는 앞치마를 벗으며 하늘을 본다. 참으로 하늘이 맑다.
아동문학가 박혜자 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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