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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다 죽어벼려라 - 정호승 시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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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짬짜미 독시(詩)

도서명 사랑하다 죽어버려라
지은이 정호승 출판사 창작과 비평사
책읽을 시간이 없다. 짬짜미(그때그때) 읽다보면 ~~ 지식이 되고 지혜가 되고 무기가된다.



90년 가을에 『별들은 따뜻하다』를 낸 이후 7년만에 다섯 번째 시집을 내게 되었다.
그동안 시를 쓰지 않고 살아온 날들이 후회스럽다. 그러나 후회할일이라도 있어 다행스럽다.
이번 시집을 정리하면서 한가지 깨달은 게 있다면 ‘희망 없이도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이 시를 통해서 이루어질수 있을 것 같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시가 나를 구원해 주지는 않았으나 나를 늘 위무해주었다. 혹시 이 시집을 통해 단 한사람이라도 나처럼 위무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일은 없다. 시를 쓸수 있는 능력을 주신 절대자에게 감사드린다.



제목 : 연 어

바다를 떠나 너의 손을 잡는다
사람의 손에게 이렇게
따뜻함을 느껴본 것이 그 얼마 만인가
거친 폭포를 뛰어넘어
강물을 거슬러올라가는 고통이 없었다며
나는 단지 한 마리 물고기에 불과했을 것이다.
누구나 먼 곳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누구나 가난한 사람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그동안 바다는 너의 기다림 때문에 항상 깊었다
이제 나는 너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 산란을 하고
죽음이 기다리는 강으로 간다
울지마라
인생을 눈물로 가득 채우지 마라
사랑하기 때문에 죽음은 아름답다
오늘 내가 꾼 꿈은 네가 꾼 꿈의 그림자일 뿐
너를 사랑하고 죽으러 가는 한낮
숨은 별들이 고개를 내밀고 총총히 우리를 내려다본다
이제 곧 마른 강바닥에 나의 은빛 시체가 떠오르리라
배고픈 별빛들이 오랜만에 나를 포식하고
웃음을 떠뜨리며 밤을 밝히리라







제목 : 폭포앞에서

이대로 떨어져 죽어도 좋다
떨어져 산산이 흩어져도 좋다
흩어져서 다시 만나 울어도 좋다
울다가 끝내 흘러 사라져도 좋다

끝끝내 흐르지 않는 폭포 앞에서
내가 사랑해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내가 포기해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나는 이제 증오마저 사랑스럽다
소리없이 떨어지는 폭포가 되어
눈물 없이 떨어지는 폭포가 되어
머무를 때는 언제나 떠나도 좋고
떠날 때는 언제나 머물러도 좋다.


제목 : 당신에게

오늘도 당신의 밤하늘을 위해
나의 작은 등불을 끄겠습니다

오늘도 당신의 별들을 위해
나의 작은 촛불을 끄겠습니다



제목 : 축하합니다

이 봄날에 꽃으로 피지 않아
실패하신 분 손 들어보세요
이 겨울날에 눈으로 내리지 않아
실패하신 분 손 들어보세요
괜찮아요, 손 드세요, 손 들어보세요
아, 네 , 꽃으로 피어나지 못하신 분 손 드셨군요
네, 네, 손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모든 실패를 축하합니다
천국이 없어 예수가 울고 있는 오늘 밤에는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갔습니다
드디어 희망없이 열심히 살아갈 희망이 생겼습니다
축하합니다

제목 : 새벽기도

이제는 홀로 밥을 먹지 않게 하소서
이제는 홀로 울지 않게 하소서
길이 끝나는 곳에 다시 길을 열어주시고
때로는 조그만 술집 희미한 등불 곁에서
추위에 떨게 하소서
밝음의 어둠과 깨끗함의 더러움과
배부름의 배고픔을 알게 하시고
아름다움의 추함과 희망의 절망과
기쁨의 슬픔을 알게 하시고
이제는 사랑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리어카를 끌고 스스로 밥이 되어
길을 기다리는 자의 새벽이 되게 하소서








갈대는 새벽에 울지 않는다

새벽 종소리가 들리는 寺下村에 첫눈이 내린다
山竹 잎새에 하얗게 내려앉은 함박눈이 벼랑 아래로 떨어진다
어머니를 찾아가는 눈길에 붉은 피가 번진다
사람들이 손에 쥔 칼을 버리고 길을 떠난다
나는 마른 강가의 갈대숲에 나가
너를 기다리다가 다시 서서 죽는다
무심히 눈송이가 쌓인다
갈대는 새벽에 울지 않는다.

제목 : 새벽기도

이제는 홀로 밥을 먹지 않게 하소서
이제는 홀로 울지 않게 하소서
길이 끝나는 곳에 다시 길을 열어주시고
때로는 조그만 술집 희마한 등불 곁에서
추위에 떨게 하소서
밝음의 어둠과 깨끗함의 더러움과
배부름의 배고픔을 알게 하시고
아름다움의 추함과 희망의 절망과
기쁨의 슬픔을 알게 하시고
이제는 사랑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리어카를 끌고 스스로 밥이 되어
길을 기다리는 자의 새벽이 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