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도서명 |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 ||
지은이 | 류시화 | 출판사 | 더 숲 |
만약 그날 엉뚱한 콩코드 시로 가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고 곧바로 월든 호수에 갔다면, 나는 그와 마주치지 못했을 것이다. 내 마음에 남아 있는 한 아름다운 영혼을 만나는 행운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겉으로 보면 그날 나는 먼 길을 돌아서 월든 호수로 갔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그와의 만남을 향해 가는
지름길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많은 길을 돌아 기적처럼 어떤 목적지, 혹은 어떤 사람에게 도착한다.
때로는 우회로가 지름길이다. 삶이 우리를 우회로로 데려가고, 그 우회로가 뜻밖의 선물과 예상하지 못한 만남을 안겨준다. 먼길을 돌아 “곧바로” 목적지로 가는 것 그것이 여행의 신비이고 삶의 이야기이다.
길들이 자세히 표시된 지도를 가끔은 접어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길을 잘못 접어들어 들르게 된 가게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는 경우는 자주 있는 일이다.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 줄 수도 있는 것처럼, 신은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 때로는 길을 잃게 한다. 타고르도 “당신에게로 가는 가장 먼 길이 가장 가까운 길입니다.” 라고 노래했다. (끝부분)
그대에게 가는 먼 길
신은 길을 보여주기 위해 길을 잃게 한다.
15년 전, 뉴욕에 머물고 있던 나는 자연주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숲 속 생활을 실천한
월든 호수를 보러 가기 위해 이른 아침 보스턴 행 기차를 탔다. 지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초행길이라
앞좌석에 앉은 백인에게 월든 호수가 위치한 콩코드시로 가는 길을 물었다.
남자는 호수에 대해선 알지 못하지만 보스턴 기차역 바로 옆 시외버스 터미널로 가면 콩코드 행 버스가
있다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보스턴 역에 도착한 나는 그의 설명대로 버스타는 곳을 금방 발견할 수 있었고 다행히 시간마다 버스가 있어서 얼마 기다리지 않아 콩코드 행 차에 올라탔다
그날따라 폭설이 퍼부어 눈 많기로 유명한 미 동북부 지역의 겨울을 실감 나게 했다. 하얀 눈발이 시야를 가리고 나무도 숲도 온통 흰 세상이었다. 그런데 30분 거리라고 알고 있던 콩코드는 세 시간
넘게 눈보라 속을 달려도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눈길이라서 버스가 느리게 간다는 사실을 감안한다 해도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마침내 커다랗게 적힌 콩코드 표지판과 함께 버스는 종점에 도착했는데, 차에서 내린 내 앞에 펼쳐진 것은 끝없는 설원뿐이었다.
나는 터미널 사무실로 가서 월든 호수 가는길을 물었고, 여러 사람들이 몰려와 토론을 벌인 끝에 나는 보스턴 시에 인접한 매사추세츠 주의 콩코드라는 작은 마을로 가야 했는데 훨씬 멀리 떨어진 북쪽 뉴 팸프 셔 주의 주도인 콩코드 시로 잘못 왔음이 밝혀졌다. 어처구니 없는 실수였다
버스 회사에서는 가엾은 동양인 여행자를 배려해 차비도 받지 않고 보스턴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도로 태워 주었다. 다시 세 시간 넘게 눈폭풍 속을 달려 보스턴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세 시간 넘게 눈폭풍 속을 달려 보스턴에 도착했을 대는 이미 날이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진짜 콩코드”에서 숙소를 발견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일이어서 잠시 망설였지만 , 다음날로 미루면 기회를 놓칠 것 같아 서둘러 택시를 잡아타고 호수로 향했다
이번에는 정말로 30분도 안 걸려 정확한 목적지에 도착했다. 눈앞에 나타난 호수는 새각 했던 것보다 컸다. 옆은 저녁 빛에 잠긴 얼어붙은 수면과 낙엽 진 겨울나무들이 나를 맞이했다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소로가 모두들 성공을 향해 달려가던 시대에 물질문명을 거부하고 홀로 자신의 노동에 의지하면서 통나무집을 짓고 산곳, 19세기의 경전이라 불리는 『월든』을 집필한 곳에 마침내 서게 되자 감동이 밀려왔다.
그러는 사이 택시는 눈보라 속으로 사라지고, 나는 더 어두워지기 전에 눈 덮인 호수를 한 바퀴 돌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겨울 저녁이라서 인적이 거의 끊겨 있었다. 그런데 산책로 중간에서 한 백인 노인과 마주쳤다
그는 오솔길 모퉁이에서 갑자기 나타난 장발의 동양인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고, 우리는 자연스레 인사를 교환하게 되었다
그는 소로의 책을 읽고 4040년 전에 콩코드로 이사 화서 자연주의 사상을 실천하며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날이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그렇게 둘레길을 돌며 월든 호수와 소로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계획에도 없이 그의 집에 받아 저녁을 대접받았다.
우리는 밤늦도록 삶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이튿날 나는 그의 안내를 받으며 새로 복원된 소로의 오두막과 소로의 스승 에머슨의 생가도 방문했다
그리고 소로의 무덤 옆에 나란히 있는 『큰바위얼굴』과 『주홍글씨』의 저자 나다니엘 호손과 『작은 아씨들』을 쓴 루이자 메이 알코트의 묘지에도 꽃한 송이씩을 바쳤다. 콩코드는 작은 마을이었지만
위대한 사상가와 문인들을 많이 배출한 곳이며, 현재도 200여 명의 작가들이 살고 있다.
그렇게 며칠 동안 나는 그의 집에 머물며 아침저녁으로 함께 월든 호수를 산책했다.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
우리는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친구가 되었다. 그는 나를 우연한 방문객 이상으로 대했다. 암으로 투병 중이었지만 소로와 월든 호수의 영향을 받아 정신과 영혼이 투명해진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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