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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꽃이 피는 좋은글 담다

목로주점 -에밀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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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호미곶 주변의 저녁노을..바다빛으로 산화된...





목로주점 -에밀 졸라 지음 -부산여성회 회장 박영미님 글 인용 4.9

세상을 알고 싶은 강한 욕구 때문이었는지 중고등학교 때 책을 많이 읽었다
인쇄물이라면 신문 잡지 소설을 가리지 않고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다.
78년말부터는 유신말기의 저항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박정희 정권의 엄격한
검열 속에서도 신문기사에 언뜻언뜻 내비쳐 신문이 소설보다 더 재미있을 정도였다.
당시 나는 작가를 순례하며 그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읽어가는 식으로 보던 때라
시대적 분위기의 영향을 받아 자연히 사회성 짙은 작품을 쓰거나 사회활동이
많았던 작가들의 소설을 보게 되었다.
자연주의 문학의 대가에다, 드레ㅡ퓌스 사건을 끝까지 파헤쳐 싸워나간 에밀 졸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의 소설을 보았는데 ‘목로주점’과 ‘나나’가 그때 본 책이다.
‘목로주점’의 여주인공 제르베즈의 딸이 소설 ‘나나’의 여주인공 나나이다.
한쪽 다리를 저는 제르베즈는 애인과 함께 돈을 벌러 파리로 왔으나, 빈둥거리며
술만 마시던 애인이 다른 여자에게로 가버리는 일을 겪는다. 품팔이 세탁일을
하면서 두 아이를 키우다 함석장이 쿠포와 결혼하고 열심히 부부가 돈을 모아
자신의 세탁가게를 열고 축하잔치를 벌일 때 까지는 생활이 밝다.
그후 남편이 지붕에서 일을 하다 떨어져 다쳐 모아두었던 돈을 다 쓰고 술만 마셔대면서 인생이 기울어지기 시작한다. 여기에 전 남편까지 찾아와서 세 사람이
함께 살게 되고 자포자기한 제르베즈는 목로주점에서 술을 마셔대다가 마침내
굶어 죽게 된다.
감수성이 예민했던 그 시절 목로주점을 통해서 얻은 것은 이웃에서 만나고 길거리에서
부딪히는 사람들의 삶을 지금 이 시점에서만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미래를 통틀어서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길거리에서 주정하는 이를 보며 그 사람의 젊은 시절을 상상해보고, 그를 기다리는
운명을 생각하게 되었다.
중학교도 못 마치고 공장에 간 동네 친구들 앞에 어떤 인생이 펼쳐질 것인지 생각하게
했고, 나의 앞길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았다.
또한 행복의 정점이 내리막길의 시작이 안되려면, 인생이 망가지는대로 놔두지
않으려면 주어진 운명이나 환경에 내맡겨 사는 것이 아니라 삶의 조건을 분석하고
통제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깊이 갖게 해주었다.
나는 지금도 ‘우리가 잘 하고 있을 때’ 내가 좋은 평판을 들을 때‘ 내 안에, 우리 안에 내리막길로 가게 하는 요소가 없는지 살펴본다.
목로주점의 제르베즈를 떠올리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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