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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작가 글

한잔 술을 걸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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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대교위를 가르며 옆에는 해운데 아이파크 , 제니스 보기만 해도 멋있다. ^^

 

제목 : 술예찬

 

술을 한잔 마신다. 기분이 좋다. 이 좋은 술을 그동안 못 마셨다. 이태백을 비롯한 많은 문객들이나 영웅호걸들이 술을 예찬했다. 한잔 마시고 두 잔 마시니 정말 새로운 세상이다 별천지다.

 

()의 주선(酒仙)으로 불렸던 시인 이태백은 장진주란 권주가에서 이렇게 읊었다.

고대광실의 거울 앞에서 백발 서러워하는 것을(高堂明鏡悲白髮)/ 살아가며 기분 좋을 땐 마음껏 즐겨야지(人生得意須盡歡)/ 황금 술단지 멋쩍게 명월 대하게 하지 마소(莫使金樽空對月)// 일단 만나 마셨다 하면 한 번에 삼백 잔일세(會須一飮三百杯)/ 술 권하노니 거절하지 말게나(進酒君莫停)

 

 

 

직장생활을 30여 년 가까이했다.. 이제 5-6년 정도 남았다. 퇴직을 앞두고 여러 생각에 만감이 교차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그 긴 세월 동안 내가 안 했던 것을 몇 가지 이야기하려 한다. 나는 20대에 아토피가 있었다. 선천적이었으면 더 힘들었을 것 같은데 다행히 후천적으로

아토피가 생겼다. 가장 큰 문제는 피부가 가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가씨 때에는 피부약을 먹었다. 비싼 약이었다. 그 약을 먹으면 조금은 덜 가렵다. 견딜 수 있을 만큼 그리고 술이나 돼지고기를 먹으면 다시 부스럼이 나서 형편없이 되고 피부는 가렵고 또 견딜 수 없다. 그래서 견디다 못해 긁기도 한다. 우리말에 긁어 부스럼이란 말도 있듯이 약 먹고 가려우면 못 견디면 또 긁고 그럼 피부가 엉망이 된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이 아토피에 술과 돼지고기가 상극이란다. 절대 먹지 말라고 피부과 의사 선생님이 신신당부를 한다.

그런데 이게 조직생활을 하는 데는 완전 손해를 본다. 가끔씩 과에서 회식이 있다. 지금이나 예전이나 비싼 소고기는 못 먹고 그래도 조금 싼 돼지고기를 먹는다. 돼지고기와 술이 오간다.

직원들끼리 또는 상사들 앞에서 주거니 받거니 한다.. 처음에는 나도 주는 술을 거부할 수 없어서 조금씩 마셨다. 마시기만 하면 그다음은 감당이 안 되었다. 피부가 가렵고 얼굴은 울긋불긋 난장판이었다. 그래서 마침 피부과에서 주는 약이 있었다. 그 약은 굉장히 독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 얼굴로 회사에 갈 수도 없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 독한 피부과 약을 사 먹는다

먹으면 낳고 또 안 먹으면 또다시 아토피의 부작용이 드러났다. 그래도 아가씨 때는 그런대로 참을 수 있었다. 아토피가 도래하면 또 약을 먹으면 되니까

그런데 결혼을 하니까 약을 먹을 수 없었다. 임신을 했기 때문에다. 임신이 되면 약은 모두 끊어야 하고 왜냐하면 그것은 태아에게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번 끊어보기로 했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들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옆에 있는 사람도 견뎌내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우리 남편 이야기다. 남편은 피부에 좋다는 좋은 물이나, 약을 못 먹으니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즘은 고맙다는 이야기를 가끔씩 한다. 그래도 신랑이니까 옆에서 있어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임신을 하고 난 뒤 좋다는 샘물도 찾아다니고 약이 아닌 모든 것을 했다. 그래도 쉽게 낳지는 않았다.

앞에서 했던 직장생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려고 한다. 내가 술을 못 먹는다. 사실은 처녀 때도 나는 술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다. 먹었던 기억이 안 난다. 심지어 대학 다닐 때도 그렇게 많이 먹진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이렇게 아토피 때문에 걱정을 한 것은 20대 초반이다. 그러니까 술을 먹은 기억이 정말 별로 없다.

술을 못 먹고 돼지고기도 못 먹다 보니 내가 먹을 것도 별로 없고 조직생활에도 자연 내가 뒤로 밀리는 것 같다. 주변에서는 여직원도 남자 직원 못지않게 술을 잘 마시는 분들이 많다. 어찌 되었던 그분들은 승진도 빠르고 주변 사람들도 많아 보인다. 요즘은 그나마 술 문화에 대해서 많이 좋아졌다.

못 먹는 사람 그렇게 권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해서 나도 아토피로 해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먹고 싶은 것 , 승진하고 싶은 것, 등등 그러나 그 덕분에 글쓰기 덕후를 하나 만들긴 했으니 완전히 내가 손해 본 것은 아니다.

 

이 사진은 ..서구 산복도로 위에 보면 ..천마산하늘전망대가 있다. 그옆에.. 있는 모형(국제시장에 나오는 김윤진과..황정민)

자식이 2명이다. 첫 번째 아이를 가졌을 때는 너무 힘들었다. 내가 결혼을 좀 늦게 했다. 33세에 하고 34세에 우리 아이가 나왔다.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내가 입에도 안 된 게 몇 가지 있다

그전에부터 먹던 피부약이 있었다. 피부약에 임산부에는 치명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임신하고 좋은 것 먹고 좋은 것 듣고 해야 한다고 태교를 잘해야 한다고 귀가 닳도록 들었다.

임신했을 때 사실 그것이 가장 걱정이었다. 과연 내가 약을 한 방울이라도 먹지 않을 수 있을까? 마음을 굳게 먹어야 되겠다.

임신했다고 했을 때 우선 약부터 끊었다. 술도 끊고 커피도 끊었다. 태교 삼천지교를 실행하였다. 임신했는데 피부가 가렵기 시작했다. 그전 같으면 약을 먹었는데 먹지 않고 버텼다.

 

첫째 아이는 하느님이 내 몸을 새로 만드는 것 같은 시련을 주었다. 그렇지만

의연하게 버텼다.

술 한잔 돼지고기 한점, 커피 한잔 먹지 않았다. 그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래도 내가 나중에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이것만은 엄마가 너희들을 위해서

지켰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위기 속에서 그것을 돌파하려는 힘이다. 나는 지금도 그 이야기를 우리 첫째 아이에게 떳떳하게 이야기한다..

둘째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때는 너무 힘들어서 실신할 지경이었다.

둘째 낳을 때도 내가 자랑스럽게 떳떳하게 이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이렇게 힘든 아토피도 나이가 50살이 지나니 조금씩 좋아졌다. 그래서 내가 아토피도 나이가 드니 늙는다고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그동안의 고생한 것을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래서 술을 조금 마신다. 좋은 분들과 함께 저녁을 먹을 때 한잔씩 두 잔씩

얼마 전에는잔을 먹었다. 소주와 맥주를 섞어서 돌려 마신다. 기분 좋은 술이니 맛도 좋다

모두 다 기분이 좋으니 마시는 것도 쉽게 취하지 않는다.

 

술을 먹으니 참 좋은 것 같다.

이 좋은 것을 30년 동안 못 마셨고 어쩌면 앞으로도 마음대로는 못 마실 것 같다. 아토피가 아닌 다른 것으로 인해서 또 건강을 조심하고 챙겨라고 ~~

그렇지만 많이는 아니지만 조금씩 건강도 챙겨가면서 마실 생각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쪼끔만 마시고 즐겁게 지낼 것이다.

그래도 나는 운이 참 좋은 것 같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해서 더없이 좋다.

오늘도 파이팅을 외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