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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꽃이 피는 좋은글 담다

임금을 섬기는 방법- 사마 전양저, 정승 안영, 그리고 대부 양구거 (열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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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국지 내용중에서


제경공은 궁중에서 모든 희첩(姬妾)들을 거느리고 술을 마셨다.

어느덧 제법 밤도 깊었건만 웬일인지 제경공은 기분이 나지 않았다. 제경공은 문득 안영이 생각났다.
그래서 제경공은,
“술과 음식을 정승 안영의 집으로 옮겨라. 내 거기 가서 정승과 함께 이 밤을 즐기리라.”
하고 분부했다.
궁중 신하 몇 사람이 먼저 안영의 집에 가서 미리 알린다.
“상감이 이리로 행차하십니다.”
안영은 황급히 관복을 입고 띠를 두른 뒤 홀(笏)을 잡고 대문 밖으로 나갔다.
이미 대문밖엔 어가(御駕)가 당도해 있었다.
아직 제경공이 수레에 내리기 전이었다.
안영이 황망히 앞으로 나아가 제경공을 영접하고 묻는다.
“어느 나라에서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습니까? 아니면 국내에 무슨 변이라도 생겼습니까?”
제경공이 대답한다.
“별로 다른 일은 없도다.”
“그러시다면 이 밤중에 어찌 하사 신의 집에 행차하셨습니까?”
“승상이 나랏일에 수고가 많은지라 과인이 혼자 좋은 술과 좋은 음악을 즐길 수 없어
함께 즐기고자 왔노라.“
안영이 대답한다.
청컨대 상감께선 나라에 관한 일과 다른 나라 제후에 관한 일이 있거든 신과 함께
상의하십시오. 그러나 상감 좌우에 좋은 술과 좋은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인즉, 신은 관여하고 싶지 않습니다.“
안영의 말을 듣고 제경공은 무안했다. 이에 제경공은 수레를 돌려 전양저의 집으로
향했다.
사마 전양저도 상감의 행차가 온다는 연락을 받고 곧 갑옷을 입고 창을 들고 대문
밖에 나가서 제경공의 수레를 영접했다.
사마 전양저가 국궁(鞠躬) 하고 제경공에게 묻는다.
“혹 다른 나라 제후들 중에서 누가 군사라도 일으켰습니까? 아니면 대신들 중에서
누가 반역이라도 했습니까?“
“그런 일은 없도다.”
“그러시다면 이 밤중에 어쩐 일로 신의 집까지 행차하셨습니까?”
“과인이 온 것은 다름이 아니다. 장군이 군무(軍務)에 수고 많은지라 좋은 술과
좋은 음식이 있기에 장군과 함께 즐기러 왔도다.“
사마 진양저가 대답한다.


“대저 적군을 막고 역적을 죽이는 일이라면 청컨대 신을 불러서 상의하십시오.
그러나 좋은 술과 좋은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상감 좌우에 얼마든지 있습니다.
어찌 갑옷 입은 신하가 필요하겠습니까?“
제경공은 이내 흥취를 잃어 버렸다. 좌우 신하들이 아뢴다.
“이만 궁으로 돌아가시겠습니까?”
제경공이 대답한다.
“그냥 돌아갈 수 있느냐? 대부 양구거의 집으로 가보자.”
신하 한 사람이 먼저 양구거의 집에 가서 상감이 오신다는 기별을 했다.

양구거는 상감의 수레가 대문 밖에 이르기도 전에 손으로 악기를 타고 노래를 부르며
행 길까지 나가서 제경공을 영접했다.
이에 제경공은 양구거의 집으로 들어가서 관과 겉옷을 벗고 양구거와 함께 술과 음악을
즐기다가 새벽닭이 운 후에야 궁으로 돌아갔다.
이튿날이었다.
안영과 사마 전양저가 함께 궁으로 들어가서 제경공에게 지난 밤 일을 사죄하고
간한다.
“앞으로 밤중에 신하의 집에 찾아가셔서 술을 즐기시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제경공이 대답한다.

“그대들 두 사람이 없다면 과인이 어찌 나라를 다스릴 수 있으리오. 그러나 만일 양구거
같은 사람이 없다면 과인은 무료해서 어찌하리오. 과인은 그대들의 직무를 방해하지
않을 터이니 그대들 두 사람도 과인을 너무 간섭하지 마오.“
사신이 시로써 이 일을 읊은 것이 있다.

안영과 전양저의 공로는 두 기둥이 하늘을 지탱하는 것과 같았으니
어찌 일반 신하들과 그들을 함께 논할 수 있으리오
제경공은 참으로 좋은 인재를 얻고 만사를 맡겼기에
해동에 그 꽃다운 이름을 널리 폈도다.



곱창전골